민주당 내부에서 그토록 기대했던 샤이진보는
결과적으로 신기루에 불과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를 놓고 한 언론사가 이야기한 글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2021년 4월 7일 진행되었던 재보궐 선거의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국정운영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투표로 대신 말한 것이다.
전공도 언론학이었고, 평소에도 정치 이슈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나 또한 2030의 청년층 중 한 사람으로, 청년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여보려고 한다.
1. 샤이(Shy)진보는 원래부터 없었다.
정치권에서 샤이보수, 샤이진보 등 적극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지지하는 계층을 지칭했지만,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 살펴보면 샤이 보수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샤이 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진보성향을 띄는 지지자들의 경우, 보통 자신의 정치성향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참여한다.
또한 그러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에 매우 능숙하여 그들만의 유대감 또한 상당하다.
성급한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머릿속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들 중 떠오르는 걸 몇개 추려봐도,
최대 2~3개의 커뮤니티를 제외하면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 커뮤니티이다.
그에 반해, 이른바 보수성향을 띄는 청년들의 경우는 보통 자신의 정치성향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를 지지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행위,
또는 일베토착왜구틀딱태극기부대 라는 온갖 낙인을 셀프박제 하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봐도 저 일베토착왜구틀딱태극기부대 프레임은 그야말로 치트키이자 가불기다.)
그에 따라 보수 성향을 가진 청년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정치 성향을 공개하는 것은 곧 사회생활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경우,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선거에 열세로 평가받았던 만큼 샤이진보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샤이진보라는 지지층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희망고문에 그쳤다.
2. 최악의 세대별 갈등의 시대가 찾아왔다.
가장 쉽게 내부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법은,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보세력은 반일운동이 그 역할을 했고, 보수에서는 종북논란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하지만 최근 4년 간의 정책의 결과는
세대별로, 계층별로, 성별에 따라 끊임없이 그 개별 그룹만의 공공의 적을 설정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청년 세대를 아주 촘촘하게 갈라치기 해서 갈등을 유발시켰다.
이번 재보궐 선거 투표율을 보면, 이 갈등의 결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2030 남성과 여성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그 갈등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편향 논란이 있을 정도로 여성 우대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한 것에 대한 반발로
20대와 30대 남성들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그 정책의 가장 큰 수혜세대였던 2030 여성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
기타정당으로 분류되는 페미니즘을 중요시하는 정당에 투표가 몰리면서 민주당은 뒷통수를 쎄게 맞게 되었다.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왜 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3. 기득권인 걸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 더이상 기득권과 타협할 생각 마라
[주장] 재보궐선거 참패, 철저한 부동산 개혁만이 살 길 [박창수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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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싱거운 쇄신'... 친문계 교체·기득권 포기는 없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실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도부 사퇴 등을 통해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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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선거의 결과가 나오고 여당인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다른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 내 초선·재선 의원들에 사실상 등떠밀려 총사퇴했지만,
후임 비대위원장 또한 같은 성향의 도종완 의원이 맡은 것을 보면 아직도 진실된 반성은 없는 듯 하다.
사실 정치 지형에서 영원한 기득권, 영원한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이념과 명분에 따라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과 그렇지 않는 야당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도 본인들이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의 용사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대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기득권이 아니면 무엇이며,
국회 의석의 2/3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기득권이 아니면 무엇이며,
지방선거에서조차 평균적으로 과반수 이상의 의원 수를 확보하고 있는 정당이 기득권이 아니면 뭔가?
누구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큰 혜택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물론
민주당의 압승을 보장하던 텃밭 지역구였던 은평과 중랑, 금천, 관악구 또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국민 모두에게 명분과 과정, 결과를 인정받지 못한 투쟁이 의미가 있을까?
그들은 최근 4년 간 철저한 기득권의 포지션에 자리잡았다.
이제는 본인들이 기득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권리를 조금씩 내려놓는 정책을 입안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보수세력이 자기반성과 노력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해오고 있는 것처럼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 또한 변화해야한다.
편향된 언론보도나 친일반공에 뇌가 절여진 2030 남성들의 탓으로 돌리지말아야 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의 "경험치가 부족"한 것이며, 그저 "생떼"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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